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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조선정부는 병원을 설립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답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병원설립의 과정은 알렌이 주도했다. 알렌은 조선정부에 보낸 제안서에서 병원으로 사용할 건물 하나와 약간의 운영비만 지원한다면 자신은 무료로 그 병원에서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알렌의 제안을 조선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개항 이후 조선정부는 서양의 문물을 도입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 서양의학의 도입도 그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었다. 의학을 비롯한 서양문물의 도입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실현된 부분은 많지 않았다. 특히 서양의학을 도입하려면 외국에서 의사를 초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를 부담해야 하지만 조선정부는 돈이 없었다.

조선의 상황은 개항 후 일본의 서양문물 도입 과정과 여러 모로 비교가 된다. 19세기 후반 이미 조선에 비해 월등한 경제력을 갖고 있었던 일본은 개항과 함께 각 분야의 전문가를 외국에서 초빙했고, 초빙된 외국인들이 놀랄 정도로 후한 보수를 지불했다. 의학의 경우만 하더라도 동경대 의대를 세울 때 독일로부터 두 명의 의학박사를 초빙했다. 이들의 흉상은 지금도 동경대 의대 캠퍼스 내에 있다.

아쉽게도 조선은 일본과 달리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의학의 경우도 서양의학 도입의 필요성은 논의되었지만 그것을 조선정부가 일본처럼 주도적으로 실현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재정의 부족 때문이었다. 서양의학 도입의 의사는 있으되 그 의사를 실현할 재원이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알렌의 제안 당시 조선정부가 처해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차에 알렌의 제안은 정말 매력적인 것이었다. 초빙을 하지도 않은 서양의사가 제 발로 조선에 찾아와서 건물과 운영비만 지원하면 무료도 진료를 하겠다니 조선정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알렌의 제안 이후 병원 설립이 알렌도 놀랄 정도로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