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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서울대병원의 역사인식이 가지는 문제점
답변 :제중원 설립 과정에서 알렌의 제안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은 알렌이 없었더라도 언젠가 병원은 설립되었을 것이므로 제중원 설립과정에서 알렌의 역할을 별것이 아니고 무시해도 좋다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주장은 학문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우선 이는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을 근거로 실제로 이루어진 사실의 의미를 폄훼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역사는 실제로 이루어진 사실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학문이지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소설이 아니다. 지금도 일제의 지배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쓴 가상소설이 있었다. 이처럼 실현되지 않은 가정 아래 쓰여진 글을 소설이라고 하지 역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에 관한 역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식의 이러한 역사인식이 가지는 또 다른 문제점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누가 아니어도 어차피 어떤 사건은 일어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사건에서 그의 역할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역사관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했던 행위의 내용과 그 의미를 묻고 평가하는 학문이다. 현실로 존재했던 역사적 인물을 누군지도 모를 가상의 익명의 인물로 대체하여 역사적 인물에 대해 자의적 평가를 일삼는 행위는 역사가 아니다. 만약 그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완용이 아니어도 어차피 일본은 조선을 합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가 이완용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따라서 한일합방에서 이완용의 역할은 무시해도 좋다는 몰역사적 결론에 이른다.